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VAGO/일기

열다섯번째 장.

여행을 가야겠다.

매일 같은 걸 보고 들으며 살고 싶었던 적도 있었지만

실제로 이런 삶을 꽤 오래 살고보니

하루가 의미없어진 지도 꽤 오래되고 말았다.

우물안의 개구리로만 살았다면

알지 못한 채로 어제를 반복하며 살겠지만,

그래도

우물 밖을 슬쩍이라도 구경해보지 않았나.

가 본 곳을 다시 가봐도 좋을 것 같고

가 보지 않은 곳을 처음 가봐도 좋을 것 같다.

문제는

계획 해놓은 일들이다.

내년까지 해야만 하는 일들이 있는데

그것들을 끝내고 가야하는 지

아니면 중간에 갔다 올건지가

고민이다.

급할 건 없다고 생각하면

언제 할 수 있을 지 모른다.



우물 밖을 보고 난 뒤의 삶은

분명히 달라질테니

빠를 수록 좋을 것 같다.

더욱이

요새 몸도 마음도 굳어지는 것 같아

조바심이 생긴다.

당장 내일부터 하나씩 준비해야겠다.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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