모든 일이 대수롭지 않아진다.
어떤 것에 설레고
기대하는 일이 적어졌다.
부끄러워 해야하거나
겁이 나야하는 상황에서도
감정의 동요가 적어졌다.
기쁜일도 우울한 일도 있었겠지만
기억이 나질 않는다.
어쩐지 요새 곡 쓰는 것에 손이 안간다 싶었는데.
귀찮아 하는 일들이 많아지고
화를 낼 필요가 없는 상황에서
가끔 화를 낸다.
술을 줄여야겠다.
세월이 날카롭다.
이제 슬슬
젊음을 배워야 하는 때가 된 것 같다.
늙는다는 것은 알고 싶지 않아도 알게 되지만,
젊다는 게 무엇인지는 점점 잊기 시작했으니,
이제 젊음을 애써 공부해야만 한다.
얼마전에
성당 앞을 지나다가
불현듯 안으로 들어갔다.
하느님한테 따질 것이 있었다.
나한테 왜 이러세요?
내가 가끔 허공에 대고 가운데 손가락을 뻗어대는게
그렇게 기분이 나쁘셨어요?
그럼 그 전에 나한테 좀 잘해주지 그랬어요?
앞으로도 그러실거죠?
그럼 이거 드세요 선불이예요.
그렇게 내 가운데 손가락을 봉헌하려고 들어가던 차에
사람이랑 마주쳤다.
평일 오후에.
참 주도면밀하기도 하다.
괜히 신이 아니라 이거지?