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VAGO/일기

열두번째 장

잘 지내니?

그래 잘 지낼꺼야
너라면.

잘 지내고 있지 않더라도
잘 지내고 있다고
대수롭지 않게, 그렇게 말 할 테니.

난 잘 지내지 못해.
내가 무엇을 위해 살아온 건지,
아, 알고는 있지만 막상 세상사는 내 뜻 대로 흘러간 적은

그렇게 많지 않아서,
그리고 지금도 그래서, 또 앞으로도 그럴 것 같아서,
아, 어떻게 살아야 하는 지 도통 모르겠네.

살던대로 살면
언제쯤 너 같은 친구를 다시 만날 날이 있을까?
아니겠지. 
살던대로 살지 않으면?
살아보진 않았지만
아닐 것 같아.

누군가에게 할 수 없는 말들을,
아니 하고 싶지 않은 말들까지
너에게 할 수 있는 건
단지 네가, 내가 쓰는 글들을 읽지 않는 것,
꼭 그것 뿐만은 아니야.

가끔 생각하곤 해
또 희망하곤 하지.
세월이 지나고,
내가, 그리고 또 네가 
나이를 지긋하게 받아들일 수 있게 될 즈음에,
우연히라도 만나서 
이야기 할 수 있는 날이 올까?

호호 할머니가 되더라도
나는 널 단박에 알아볼테니
인사는 내가 먼저 할테지만.

"안녕하세요, 날이 참 좋으네요" 하고.

언제나 그렇지만
오늘은 문득, 어제보다 더
보고싶어서,
몇 자 적어 보낸다.

잘 지내렴.
잘 지내겠지만.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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